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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낙원에서/다니며 보고

서울디자인위크-은밀한 공예(Dir. by 제이쓴)

by 바람은그물에걸리지않는다 2017.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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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자인위크가 21일부터 시작됐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로 4회를 맞았다. 시민들에게 디자인의 역할을 소개하는 자리로 시각, 산업, 공예, 패션 등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컨퍼런스, 교육, 전시로 소통하고 있다.

공예전이 이번 디자인위크에 함께한다. 이번이 3회 째다. 지난해에는 식(食)을 주제로 황교익 칼럼니스트가 공예전의 총괄 디렉팅을 맡았다. 올해는 주(住)를 주제로 하는 가운데, 대중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이쓴이 총괄 감독직을 맡았다. 그래서 더욱 남다른 기대감을 안고 서울디자인위크 공예전을 찾았다.

2017서울디자인위크 공예전의 이름은 '2017 서울 생활의 발견'이다. 주제는 '은밀한공예'로 붙였다. 우리가 하루중 꽤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화장실이다. 올해로 현대미술의 전환점이 된 '샘' 발표 100주년을 맞이해 변기가 공예품이 될수 있다는 재미난 이야기를 풀었다.


알림터 A1 2관에서 열리고 있는 공예전. 안으로 쭉 들어가서 두 번째 전시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복도를 향해 들어가는 길. 천장에는 디자인위크 홍보 포스터가 붙여져있다. 널찍한 길을 따라 전시장으로 걸어가보자!


전시장에 들어서기에 앞서 실제 문 크기의 입간판이 서 있다. '은밀한 공예'라는 글자가 적힌 이 문은 왠지 모르게 열고 싶게 만들어졌다. 문을 직접 열순 없지만 빙그르르 돌아가보면 이 방의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전시의 예고편인듯 전시장 안내도가 적혀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변기. 그리고 그 옆에는 대형 두루말이 휴지 모형도 버젓이 세워져있다. '크리넥스'에서 후원해주고 있다는 표시도 있다.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있는데, 이 안내도를 지나면 화장실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정리해놓은 보드판이 줄지어있다. 총괄감독 제이쓴이 화장실 박물관인 '해우재'도 다녀오고, 직접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배변의 역사부터 화장실의 역사까지 자세히 설명돼있다.


복도에는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의자..아니, 변기가 놓여있다. 엇갈려 배치된 변기들. 변기에 수놓인 화려한 무늬도 눈길을 끈다. 

전시장 앞에는 총괄디렉터 제이쓴의 환영글이 적혀있다. 전시의 의도와 기획 배경, 전시의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제이쓴의 사진도과 사인도 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를 낀 사진이 왠지 모를 기대감과 설렘을 준다. 이제 그가 7개월간 준비, 기획한 결과물이 펼쳐진 전시장으로 들어간다. 전시는 은밀한 공예, 역사와 인생욕실, 상상화장실, 똑똑한화장실, 공공화장실로 나눠진다.


전시는 인생 욕실부터 시작한다. 가족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 화장실이다. 싱글, 신혼부부, 노부부가 사는 화장실 콘셉트룸이 순서대로 펼쳐진다. (아래 사진은 인생화장실, 출처 서울디자인재단)


놀랍게도..이 전시장은 가운데가 쉼터, 그리고 그를 둘러싸는 것은 공예품을 살 수 있는 숍들이 펼쳐진다. 주로 욕실용품 관련 공예품들이 많다. 공예품 산업을 활발하게 하기 위한 전시의 목적을 잘 살린듯 하지만, 상상화장실 전시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닥에 상상화장실로 가는 안내 화살표를 잘 보고 걸어가야 한다.​

 

​위 사진은 쉼터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전시 첫째날)



상상화장실은 에덴의 동산, 원초적 상상, 본능적 해소, 욕망의 분출 이렇게 네 가지다. 제이쓴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곳은 에덴의 동산이라고. 그는 풀과 꽃이 우거진 화장실을 만들었다. 선악과를 먹기 전 아담과 이브를 생각하면서. 실물의 꽃과 나무, 흙을 가져다놓고 싶었지만 공공시설법규 때문에 할 수 없었다고..아쉬움을 뒤로한 채, 여튼 느낌만..느껴보자..


위 사진은 원초적 상상 룸(사진 출처 서울디자인재단) 점, 선, 면만으로도 재미를 주는 방. 과감한 색과 패턴이 매력적인 공간이다. 저 화장실에만 들어가면 과감한 생각과 상상이 될 것만 같은 건..나만의 생각일까?


욕망의 분출, 일명 낙서의 방. 이곳에서는 마음껏 화장실 벽에 낙서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방 입구에는 다양한 컬러펜이 놓여있다. 직접 골라서 화장실로 입장. 첫날 관람객들이 이 방에 낙서를 해도 될지, 말지 어색해하며 눈치만 봤다고. 그 상황을 본 제이쓴이 저렇게 한가운데 떡하니 자신의 사인을 시작으로 낙서의 방을 열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이 방. 바로 고독한 사색이다. 바닥에는 3만개의 야광봉이 깔려있다. 밟고 지나갔는데(제이슨이 말하길, 이건 밟지말고 지나가라고..) 그러다보면 최종 지점에 변기가 놓여있다. 누구든 저 방의 문을 닫고 야광봉 길을 지나 조용히 변기에 앉아 사색을 해보길 추천한다.


휴지월과 똑똑한 화장실. 크리넥스휴지를 천장에서부터 내려뜨려서 만든 휴지월이다. 설치미술문이자 똑똑한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의 역할을 한다. 다른 콘셉트방에는 모두 문이 있지만, 똑똑한 화장실에는 문이 없어서 제이쓴이 직접 기획한 휴지월(wall)이라고.


다양한 공예품을 팔고 있는 모습. 약 80개 업체가 들어와있다고 한다.

사실.. 너무 셀러들이 많아서 공예박람회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물론 공예박람회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공예전의 홍보는 제이쓴이 가장 중심에 서 있다. 그가 이 '전시'를 기획하고, 상상의 화장실을 디자인한 이야기가 홍보되고 있다. 그런데 기대와 다르게 펼쳐지는 공예전이다. 처음 전시장을 들어설 때 긴가민가하고 혼란스럽다. 숍을 구경하면서 콘셉트 방을 찾아서 구경하는 것도 재미지만 한편으로는 이 전시(혹은 박람회)의 정체성이 왔다갔다 한다는 느낌도 든다.

제이쓴이 기획한거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보기 때문에 '더욱 기발하고 도전적일 수는 없었나'하는 의구심이 든다. 알고보니,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힐게 많았다.(법이라든가, 재단이 애초 기획한 박람회의 목적과 달랐을 수도 있으니.) 그래서 제대로 설치하기가 힘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에서 전통 예술파가 아닌 제이쓴을 공예전시전의 총괄디렉터로 세운 것은 참으로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기왕이면 그를 좀 더 믿어주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의 색이 조금 더 묻어난 전시가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계속 든다. 공예의 예술성을 알린다는 의미보다 공예산업의 부흥이 더 중요하다는 서울디자인재단의 입장이 너무나 두드러진다. 제이쓴으로 홍보하는 것 같은 생각도 감히 든다. 물론, 그 방법이 공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엔 가장 효과적일수 있다. 그 또한 또 하나의 수확이고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 좋은 시도였던 건 맞다. 내년에는 디렉터를 잘 선정하고, 디렉터의 실력이 잘 발휘된 전시로 구성되었으면 한다.

그건 그렇고..집에서 화장실, 그리고 그 안에 변기..변기도 공예가 될 수 있다...너무 많이 갔다..게다가 수많은 공예품을 늘어놓고 팔고 있는 숍들까지. 이야기가 끝이 없다. 모르겠다. 사족이 많은 느낌이다.

아참! 백인교 설치 작가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포토존이 되겠다. 즐겁게 사진도 많이 찍으시길!



서울디자인위크는 27일(수)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