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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셰어하우스-님과함께…′가족 예능′ 보면 대한민국이 보인다

by 바람은그물에걸리지않는다 2014.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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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함께 눈뜨고 저녁 잠자리에 같이 들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뜨끈한 밥을 먹이고 싶고, 혹시나 몸에 아픈 곳은 없는 지 괜히 걱정부터 앞선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에는 가장 먼저 생각나고 슬픈 소식이 들리면 그 누구보다 가슴이 찢어지는 존재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소중함을 잊고 산, 힘들고 지칠 때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게 ‘가족의 품’이다.

최근 ‘가족’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 JTBC ‘님과 함께’ 올’리브 ‘셰어하우스’ 등이 있다. 이처럼 가족의 형태를 다룬 프로그램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치솟는 이혼율과 재혼율

예능프로그램이 현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결혼 생활이 성인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통했다면 지금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하는 나의 동반자는 옛말이 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동반자’의 의미가 다양해졌다.

 

‘님과 함께’ ‘우리 결혼했어요’ 등 이혼과 결혼을 담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의 결혼, 이혼, 재혼율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혼율은 지난해에도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꼴찌를 면치 못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혼인 이혼 통계’에 따르면 이혼율은 전년대비 0.9% 증가했으며 이혼건수는 11만5300건이다. 지난해 대비 1000건 증가한 것.

 

평균이혼연령을 보면 남자는 46.2세, 여자 42.4세이지만 전년대비 60대 이상 이혼율은 8.5%가 증가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50대 초반 및 60대 이상의 이혼율은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덧붙여 이혼자들의 재혼 확률(2010년 기준)은 여자 56.1%, 남자 58.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올해 1월부터 JTBC에서는 MBC 가상 결혼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 했어요’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재혼 리얼 버라이어티 ‘님과 함께’가 방영되고 있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재혼’이라는 소재를 예능으로 풀어냈다. 실제 재혼이 가능한 스타의 이야기를 담아 현실감 있고 색다른 재미를 준다.

 

 

 


■1인 가구 시대

대한민국은 현재 고령화 사회다. ‘한국의 사회동향 2013’ 통계청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이 10년 사이 10.9%로 3.9%p증가했으며, 67개 시군구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재혼’ 혹은 1인 다세대 주택의 선택권 안에 들게 됐다. 

이음 싱글생활연구소가 올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3년 1인 가구의 수는 453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5%이상이며 4명 중 1명 꼴인 셈이다.
 
초고령 사회화뿐만 아니라 사회진출 욕구가 높아진 오늘날 20~30대 직장인들의 자취 생활 수가 늘어남에 따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가장 큰 세대다.
 
취업의 기회를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든 요즘 젊은층을 ‘4포 세대’라고도 부른다. 출산, 취업, 연애,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다. 2013년의 혼인 건수는 32만2800(통계청 자료)으로 전년대비 4300건(1.3%) 감소했다. 취업난에 늦게 일자리를 구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돈이 드는 연애는 물론 결혼의 문턱을 넘는 것에 겁먹는 게 당연한 결과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자기 스스로를 챙기기도 벅차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MBC는 1인 가구의 일상을 보여주는 MBC ‘나 혼자 산다’를 시청자에게 선보였다. ‘나 혼자 산다’는 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의 이면을 그대로 보여줘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옥탑방에서 오랜 자취 생활의 능력을 인증한 밴드 장미여관의 육중완, 중년의 돌싱남 김용건 등 솔로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에피소드를 전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1인 가구를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42%의 지지를 얻은 자유로운 생활이었다. 그다음으로는 출퇴근 시간 절약(37%), 사생활 보장(14%), 취향에 맞는 집 꾸밈(4%) 등이 랭크됐으며, 좋은 점이 전혀 없다는 의견은 3%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공동화

혼자 살아서 편한 점도 있지만 1인가구가 혼자서 감당해야할 고충도 만만치 않다. 경제적인 부담이 30%로 1위에 올랐다. 그 아래에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집안일(25%), 극심한 외로움(24%),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 해결하는 점(13%), 없다(8%) 순으로 집계됐다.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 최근 1인 가구들이 함께 사는 ′공동 주택 라이프′ 포맷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지난달 16일 첫 방송한 케이블채널 올리브 ‘셰어하우스’와 오는 4일 첫 방송 예정인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다. 

두 프로그램 모두 싱글 남녀가 공동 주택에 입주해 실제 가족처럼 살을 맞대고 사는 이야기를 담는다. 앞서 먼저 선보인 ‘셰어하우스’의 경우 출연진들은 자신의 아픔을 밝히고 서로를 위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랜 자취 생활로 지친 이들의 마음을 달래며 결국은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찾기 마련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시간이 흘러 가족의 형태가 바뀌어도 ‘동반자’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았다. 과거 가족의 개념은 미우나 고우나 혈연관계 혹은 혼인 관계라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들도 생활 전선에 뛰어들게 되면서 확실히 전반적인 개인의 삶이 달라졌다. 1인 가구에 있어 다세대 가족의 개념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자아실현과 함께 외롭지 않게 함께 밥 먹을 사람, 대화 나눌 상대를 찾아 나선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또 다른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브라운관이 담고 있는 대한민국의 가족의 형태 변화를 단순하게 넘길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직시하고 다양화 된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때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