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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일기2' 김소영·오상진편 역시, 나영석식 예능이다

by 바람은그물에걸리지않는다 2017.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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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PD의 예능, 왜 자꾸 리얼과 가상을 놓고 논하는가. 그냥 나영석식 여행 예능이지. '신혼일기2'도 마찬가지다.

신혼일기2의 두 번째 주인공은 김소영과 오상진 부부다. 이전 육아하는 신혼부부 장윤주, 정승민의 이야기와 다르게 김소영과 오상진 부부는 결혼 100일 차, 신혼부부의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소영과 오상진은 '신혼일기' 시즌1의 주인공 구혜선과 안재현이 머물던 인제에 일주일간 자리를 잡게 됐다. 시즌1의 소복이 쌓인 겨울의 모습과는 다르게 파릇파릇한 잎을 자랑하는 키 큰 나무들과 높은 하늘, 보기만 해도 속이 확 트이는 자연 풍광에 두 사람의 달달한 신혼 이야기가 얹혔다.

나영석PD 예능의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리얼예능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하지만, 신혼일기의 경우 주인공들의 실제 생활하는 공간이 아닌 낯선 곳, 그러니까 제작진이 직접 만든 세트장에서 벌어지는 관찰 형식을 갖추고 있다. 나영석PD는 낯선 공간에서 인물들의 신선한 매력이 나올 수 있고, 이것이 재미로 연결된다고 믿는다. 이번 '신혼일기'도 실제 스타들의 집이 아닌 새로운 공간을 택한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물론, 스타의 사생활 문제가 걸려 있어 촬영을 감행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니까 '신혼일기'는 완연한 리얼예능프로그램으로는 볼 수 없다. 그냥 늘 해오던대로 그가 좋아하는 나영석식 여행, 새로운 곳에서 펼쳐지는 버라이어티다. (막말로, 신혼일기나 삼시세끼는 시골로 떠나는 에어비엔비식 여행이다)여행지 혹은 낯선 곳에서 신혼부부가 자급자족 생활하면서 겪어가는 이야기인 거다. 다행스럽게도 김소영과 오상진은 잠깐 머물게 될 인제의 신혼집에 만족했고, 두 부부는 자신들이 직접 챙겨온 물건들을 꺼내고 짐을 풀었다. 이제 둘만의 새로운 공간이 탄생됐다.

어쨌거나, '신혼일기2'에서 김소영과 오상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엔 1회만으로도 충분했다. 반듯한 아나운서 이미지의 오상진은 '빙구미'를 뽐내며 '새신랑 오상진'으로 간만에 TV 나들이를 했다. 그의 아내, 역시 MBC 아나운서 출신인 김소영은 단아하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를 내려놓고 남편 앞에서는 애교쟁이가 되어버리는 신혼 3개월 차 아내로, 아이돌 덕질에 능한(?) 모습으로 대중과 마주했다.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나영석PD가 늘 해온 예능처럼 '신혼일기2' 김소영-오상진 편 역시 로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남편 오상진은 아내 김소영이 무엇을 해도 칭찬을 연발하는 '칭찬 로봇'이 되었다. 눈앞에만 보이면 그저 "예쁘다" "여신이다"라고 했다. 묵묵히 오상진을 배려하는 김소영의 모습은 예고로 보여줬다. 또한, 두 사람이 머무는 인제의 집에는 두 사람이 취향이 담긴 도서관이 마련돼 있었고, 잠시 누워 쉴 수 있는 벤치도 마련돼 있어 부러움을 샀다. 

현실감은 글쎄. 아무래도 첫회이다 보니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좀 더 극대화시킨 게 아닌가 싶다. 수입 배분을 하는 방법이라든지, 집세에 대한 것, 가족 계획, 양가 부모님께 챙겨야할 것들, 기타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것..이런 것들이 아무래도 쉽게 다뤄지진 않을 거다. 너무 극현실적인 건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씁쓸함만 남기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능에서는 그 수위조절을 하는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한켠에서는 김소영과 오상진이 MBC 아나운서 출신이기 때문에 따라오는 날선 시선도 있다. 현재 MBC 노조 조합원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방송 출연을 하고 있다는 거다. 꼭 전면전에 나서야 뜻을 함께 하는 것 아니진 않은가. 친정의 일에 대해 나몰라라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김소영 아나운서는 인스타그램에 "변해갈 조직을 응원한다"는 글도 올린 바 있다. 물론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은 노조 파업을 선택하지 않고 그 집합을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바꾸려는 의지보다 포기하는게 더 나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동료를 배신했다고만 잣대를 들이대는 건 과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신혼일기2'는 MBC노조 파업이 되는 가운데도 계속해서 방송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7시40분 방송.